'의결권 파급력' 사라진 국민연금…존재감 어떻게 되찾나

입력 2024-03-29 15:45   수정 2024-04-01 09:18

이 기사는 03월 29일 15:4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이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표를 기계적으로 행사한 결과로 '캐스팅보트'로서 영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부응해 적극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조현준·조현상 효성그룹 사내이사 선임안, 조원태 대한항공 사내이사 선임 안건 등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매번 주주가치 훼손 이력을 들어 반대표를 던져온 안건이다. 효성그룹,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는 아무런 반향 없이 선임안이 통과됐다. 소유 분산 기업으로 관심을 모았던 포스코홀딩스나 KT&G 주주총회에서는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다고 판단해 사내이사 선임안에 찬성했다.

이례적으로 한쪽 편을 들었던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도 임성기 선대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전 사장과 차남인 임종훈 한미약품 전 사장이 승리를 거두며 국민연금의 캐스팅 보트 역할이 먹히지 못했다. 국민연금은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 임주현 사장 등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하는 쪽의 손을 들어줬다.

국민연금 수책위가 소액주주나 행동주의 펀드 편을 든 것은 전무했다. 소액주주연대와 맞서고 있는 이사회 측이 상정한 DB하이텍 정관 변경안에 반대했던 것 정도가 유일했다. 국민연금은 정관상 이사 수를 4인 이상에서 4~8명으로 제한하는 정관 변경안에 “주주제안으로 추천된 사외이사 후보의 선임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반대표를 던졌다.

기계적 판단을 내놓는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 정책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힘쓸 수 있는지 과제로 남아 있다.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기관투자가의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가 점차 중요해지는 추세다. 정부는 기관투자가가 따르는 자율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에 ‘투자 대상회사의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국민연금도 밸류업 프로그램 동참하기로 한 만큼 더욱 적극적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힘써야 할 필요가 있단 지적이 나온다. 현재까지 국민연금이 밸류업 프로그램에 동참하려는 노력을 보인 건 크게 두 가지다. 가치형 위탁운용사를 선정하고 기업이 성별 다양성을 고려하도록 명시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전날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법인이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으로 구성하지 않도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의결권 행사 기준에 반영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려는 노력의 일환이지만 ‘보여주기식’에 그친단 평가다. 대다수 기업들이 이미 따르고 있으며 주주가치 제고와 무관하다는 평가가 많아서다.

또 행동주의 펀드도 무작정 단기적으로 과다한 배당정책 등을 요구하기보다 장기투자자인 국민연금의 목표에 부합하는 정책을 통해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단 분석이 나온다. 삼성물산을 공격한 행동주의 펀드가 대표적이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약 1조2364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현금 배당, 자사주 매입으로 쓰란 행동주의 펀드 연합의 요구에 반대했다. 장기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는 국민연금을 설득할 제안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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